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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석류알갱)

[출간/전자북] 뫼비우스 (Moebius) “괜…… 찮아?” “전혀.” “역시…….” 소녀는 두 손으로 축축이 젖은 곳을 가리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 순박한 모습에 소년은 묘한 미소를 드리웠다. 봉긋이 솟은 가슴 너머의 새빨개진 얼굴. 부끄러움과 황망함으로 살며시 일그러진 자그마한 얼굴이 그렇게나 예쁠 수 없었다. 예뻐서, 너무 예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먹어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속도 모른 채 소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 “싫어. 이렇게 좋은데, 내가 왜?” 물빛이 섞인 동공이 삽시간에 커다래진 것을 본 소년은 단호히 말을 이었다. “나랑만 하자. 이런 짓은 부끄러우니까, 나랑만 해. 죽을 때까지.” 1988년, 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늦겨울. 성인의 경계선을 이제 막 밟은 어린 연인은 서로를 어루만지.. 더보기
[전자책/19금] 뫼비우스(Moebius) “괜…… 찮아?” “전혀.” “역시…….” 소녀는 두 손으로 축축이 젖은 곳을 가리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 순박한 모습에 소년은 묘한 미소를 드리웠다. 봉긋이 솟은 가슴 너머의 새빨개진 얼굴. 부끄러움과 황망함으로 살며시 일그러진 자그마한 얼굴이 그렇게나 예쁠 수 없었다. 예뻐서, 너무 예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먹어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그의 속도 모른 채 소녀가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 말라고 했잖아.” “싫어. 이렇게 좋은데, 내가 왜?” 물빛이 섞인 동공이 삽시간에 커다래진 것을 본 소년은 단호히 말을 이었다. “나랑만 하자. 이런 짓은 부끄러우니까, 나랑만 해. 죽을 때까지.” 1988년, 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늦겨울. 성인의 경계선을 이제 막 밟은 어린 연인은 서로를 어루만지.. 더보기
[출간/전자북] 트랭퀼라이저(Tranquilizer) “도망가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놓아 줄게.” 귓가에 흘러드는 억눌린 음성. 어둡게 가라앉은 남자의 눈을 홀린 듯 바라보던 여자는 손바닥에 닿은 탄탄한 등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지워 드리고 싶다고 했잖아요. 제가 먼저 시작한 거예요.” 이혼남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남자, 이헌. 그의 고통스러운 나날을 끊어줄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그녀의 몸과 마음이 끊임없이 욕심이 난다. 이헌의 비서, 공단하. 오랜 시간 그를 담았고 동경했고 연민했으며 지금은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빛과 같은 그에게 자신은 그저 어둠일 뿐. 다가서는 것이 두렵다. 고문. 여자는 참기 힘든 자극이 마치 고문 같다고 생각하며 눈꺼풀을 내려 닫았다. 어두워진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남자를 .. 더보기
[전자책/19금] 트랭퀼라이저(Tranquilizer) “도망가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놓아 줄게.” 귓가에 흘러드는 억눌린 음성. 어둡게 가라앉은 남자의 눈을 홀린 듯 바라보던 여자는 손바닥에 닿은 탄탄한 등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지워 드리고 싶다고 했잖아요. 제가 먼저 시작한 거예요.” 이혼남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남자, 이헌. 그의 고통스러운 나날을 끊어줄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그녀의 몸과 마음이 끊임없이 욕심이 난다. 이헌의 비서, 공단하. 오랜 시간 그를 담았고 동경했고 연민했으며 지금은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빛과 같은 그에게 자신은 그저 어둠일 뿐. 다가서는 것이 두렵다. “이봐요, 공단하 씨. 남자는 본능적으로 승부욕이 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닿을 듯 닿지 않는 것 앞에서 승부욕은 .. 더보기
[출간/전자북] 밤에 피는 꽃(외전증보판) “사내아이라면 종복으로 부리고, 계집아이라면 즐거움의 상대로 삼는 편이 좋겠어. 계집이란 으레 그런 용도일 뿐이니까.” 변덕스러웠던 감정에서 비롯된 탐심. 그것이 인연이 될 줄도 모른 채, 극야에 칩거하던 염에게로 십 칠년이 흐른 어느 날, 막문이라는 사내아이가 시종이 되겠다며 나타나는데……. §§§ 유약해 보이는 몸집에 시키는 것마다 실수투성이인 녀석.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이를 내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주인님, 주인님,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 햇빛이 없는 극야에서도 씩씩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심장이 없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그런데 난 어째서 그랬던 것일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네게 큰 잘못을 저지르다니……. “절 짓밟으시려거든 제대로 하시는 게 .. 더보기
[전자책/19금] 밤에 피는 꽃(외전증보판) “사내아이라면 종복으로 부리고, 계집아이라면 즐거움의 상대로 삼는 편이 좋겠어. 계집이란 으레 그런 용도일 뿐이니까.” 변덕스러웠던 감정에서 비롯된 탐심. 그것이 인연이 될 줄도 모른 채, 극야에 칩거하던 염에게로 십 칠년이 흐른 어느 날, 막문이라는 사내아이가 시종이 되겠다며 나타나는데……. §§§ 유약해 보이는 몸집에 시키는 것마다 실수투성이인 녀석.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이를 내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주인님, 주인님,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 햇빛이 없는 극야에서도 씩씩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심장이 없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그런데 난 어째서 그랬던 것일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네게 큰 잘못을 저지르다니……. “절 짓밟으시려거든 제대로 하시는 게 .. 더보기